"사내 복지기금은 투자 보호 대상"…미래에셋·유진자산운용, 도로공사에 배상

입력 2021-04-19 10:22   수정 2021-04-19 10:33


회사 근로자에게 학자금이나 명절 선물 등을 주기 위해 운영하는 사내복지근로기금은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내복지근로기금은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추천해 원금에 손해를 입혔다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 미래에셋증권·유진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투자 손실분의 70%(39억5096만원)을 배상토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도로공사 사내복지기금은 2013년 1월 미래에셋증권에 안정적인 금융투자상품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 측은 유진자산운용이 만든 '유진 자랑 사모증권투자신탁 3호(채권혼합-재간접형) 펀드' 등의 펀드를 추천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펀드가 투자하는 미국 생명보험증권의 펀드는 영국 금융감독청이 "복잡하고 높은 위험이 있고 상품 특성상 유통시장이 제한돼있어 환매 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할 만큼 위험성이 높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이같은 사실을 도로공사 측에 알리지 않았고, 도로공사 사내복지기금은 2013년 해당 펀드에 총 142억원을 투자했다. 결국 도로공사 측은 투자 원금 중 56억여원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도로공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유진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미래에셋증권이 원금 손실분을 모두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다만 유진자산운용은 도로공사 사내복지기금과 직접 계약을 한 게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고 봤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유진자산운용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펀드의 설정자인 유진자산운용은 펀드에 대한 상품안내서를 작성했고, 미래에셋 직원은 복지기금 직원에게 유진자산운용 명의의 상품안내서를 제시했다"며 유진자산운용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다만 도로공사 사내복지기금 측도 투자 위험성 등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을 게을리했다며 손실분의 30%는 도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 직원의 말만 믿고 펀드 수익증권을 사들인 도로공사 사내기금 측에도 과실이 있다고 간주한 것이다. 이에 미래에셋증권과 유진자산운용의 책임을 70%로 제한해 도로공사 측에 39억509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도로공사 사내복지기금은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로 규정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금'이므로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미래에셋증권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문투자자에 해당하려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전문성 구비 여부 등 투자에 따른 위험감수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도로공사 측은 이러한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상품 운용에 따른 수익 창출이 주된 목적인 법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을 확정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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